부산에서 가장 젊은 동네를 물었을 때, 부산 토박이라면 대부분 주저하지 않고 서면을 꼽는다. 수많은 음식점과 술집, 백화점, 영화관 등이 뒤섞인 이곳은 지난 40년간 청춘을 위한 동네로 존재해왔다.
서면은 부산진구 부전동과 전포동 일대를 아울러 부르는 이름이다. 서면 상권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1970년대 초, 인근 공장의 노동자들은 퇴근 후 서면시장에 모여 술잔을 기울이곤 했다. 이에 따라 빠른 속도로 유흥가가 형성되었고, 뒤이어 대학생들이 유입되면서 태화극장과 동보극장, 대한극장 등으로 이루어진 서면 극장가는 전성기를 맞았다. 10대, 20대를 겨냥한 롤러장과 음악다방 또한 이 시기에 가장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공장이 있던 자리에 백화점, 지하상가, 학원가가 생겨나면서 서면은 부산의 대표적인 상권이자 젊은이들의 동네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이렇듯 여러 세대에 걸쳐 ‘핫플레이스’란 지위를 지켜온 덕분에, 현재 서면에서는 구역별로 서로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독특한 양상을 볼 수 있다. 고깃집과 횟집이 몰려 있는 영광도서 인근에는 40대 이상의 어른들이, 쥬디스태화백화점 근처 유흥가에는 20~30대 청년들이, 그리고 가장 최근에 형성된 전포동 카페거리에는 10대와 20대가 주로 모인다. 시대가 변하며 세대별로 시간을 보내는 방식 또한 달라졌지만, 이 일대에 넘치는 활기만큼은 40년 동안 변치 않았다. 그렇기에 오늘도 서면에는 지금의 청춘과 옛 청춘이 함께 흐른다.
부산진구 부전동에 있는 영광도서는 부산에 유일하게 남은 대형 향토서점이다. 50년 전, 서면 시장에서 1.5평짜리 책방으로 시작한 이래로 성장을 거듭해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지금도 작가와의 만남, 독서토론회 등 책 관련 행사가 꾸준히 열리며, 건물 4층에 마련된 갤러리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전시를 선보인다.
또한 1990년대, 영광도서는 다른 향토서점인 동보서적과 더불어 서면의 대표적인 약속장소였다. 스마트폰이 없던 그 시절, 서점 앞은 약속 상대를 기다리는 이들로 북적였다. 세월이 흘러 영광도서 앞에서 약속을 잡는 일은 드물어졌지만, 서점은 여전히 서면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이자 추억의 장소로 같은 자리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