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부산 바다는 백사장을 빼곡히 채운 파라솔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하지만 모름지기 지역 주민이라면 이방인이 북적이는 관광지를 가지 않는 법. 광안리와 해운대의 인파를 피해 부산 사람들이 향하는 곳은 송정이다.
등대가 있는 전형적인 바닷가 마을 송정은 모래가 곱고 수면 아래 경사가 완만한 덕에, 여름철 아이들의 물놀이 장소로 사랑받아왔다. 그러나 세찬 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고독을 즐기는 몇몇 여행객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쓸쓸했던 송정 바다는 몇 년 전부터 서퍼들의 방문으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송정해수욕장
양양, 포항, 태안, 제주와 함께 서퍼들의 성지로 불리는 송정은 그중에서도 원조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서핑이 처음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1990년대, 국내 첫 서핑교육 기관이 송정에 자리를 잡았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파도가 좋은 날이면 하루에 천 명이 넘는 서퍼가 이곳을 찾는다.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지점에 있어 1년 내내 파도를 탈 수 있을 뿐 아니라, 따뜻한 수온과 얕은 수심 덕에 초보자도 걱정 없이 서핑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송정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로컬 서퍼들이 20년간 만들어온 특유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그들은 파도가 허락할 때만 비로소 보드에 오른다. 해변에 누워 여유를 즐기다가도 금세 거친 파도 속으로 뛰어들곤 하는 이 자유로운 영혼들은 평화로운 바다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버거와 서핑은 영혼의 파트너로 통한다. 양손으로 잡고 간편하게 베어 물면 되는 데다가, 두툼한 패티로 든든함까지 챙길 수 있는 버거는 파도에 지친 서퍼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마이애미 버거 내부
송정을 찾은 서퍼라면 마이애미 버거를 가보자. 낙서 가득한 벽과 비스듬히 세워진 서프보드 등 가게 구석구석 파도 향이 가득하다. 테라스 좌석에 앉으면 파도가 일렁이는 송정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미국 본토의 맛을 재현한 특제소스가 매력적인 ‘마이애미 버거’와 함께 톡 쏘는 탄산음료를 병째로 즐기면 알코올 한 방울 없이 서핑의 자유로움에 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