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와 해운대 사이, 일명 ‘마린시티’라 불리는 수영만 일대에는 하늘을 찌를듯한 마천루가 빼곡하게 늘어서 있다. 그러나 몇몇 부산 토박이들의 기억 속에 이곳은 파도가 넘실대는 해수욕장으로 남아있다.
마린시티 © jd_09
1934년 개장한 수영해수욕장은 한때 해운대보다도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며 부산 시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1980년대 초, 올림픽 경기 운영을 위해 수영만을 매립하면서 수영해수욕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머지않아 그 옆으로 초고층 호텔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IMF 사태로 인해 관련 계획이 무산되면서 수영만은 모두의 기억에서 자취를 감추는 듯했다.
그러나 광안리와 해운대, 센텀시티와 두루 가까운 노른자 땅이 그대로 버려질 리 없었고, 2000년대 초 수영만 매립지는 유명 건설사들의 각축지가 되었다. 그들은 세계적인 건축가를 앞세워 초고층 건물을 앞다투어 지어 올렸고, 그 결과 전례 없는 바다 위 스카이라인이 형성되었다. 여름철 피서객으로 북적이던 과거를 뒤로한 채, 수영만은 이제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로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