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치는 부둣가에 지나간 일들이 가슴에 남았는데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너는 정녕 나를 잊었나”
야구 경기가 절정에 치닫는 순간, 사직야구장에 울려 퍼지는 <부산 갈매기>는 부산사람뿐 아니라 타지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울렁이게 한다. 이에 더해, 매번 관중석을 가득 메우는 ‘주황 봉다리’와 상대 투수에게 보내는 합창 “마!”, 관중석에 공이 날아왔을 때 외치는 “아주라” 등의 응원법은 부산 야구의 오랜 전통이자 상징이다. 이처럼 그 어떤 지역과도 비교할 수 없는 부산만의 고유한 야구 문화에는 부산사람 특유의 혈기와 애향심이 묻어 있다.
예로부터 부산은 야구의 도시라는 뜻에서 ‘야도’ 혹은 ‘구도’로 불려왔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의 영향을 받아 일찍이 야구가 전파된 부산은 국내 프로 야구가 창설되기 전부터 고교야구로 전국에 이름을 떨쳤다. 내로라하는 명문고들의 고교야구 대항전이 열릴 때면, 학생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도 관심과 응원을 보냈다.
그렇지만 1985년 선보인 사직야구장을 빼놓고는 ‘구도 부산’을 논할 수 없다. 완공 이듬해부터 사직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삼은 롯데 자이언츠는 최동원을 비롯한 슈퍼스타를 꾸준히 배출하며 부산 시민의 열렬한 애정을 한몸에 받았다.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엔 각종 응원 도구와 먹거리를 파는 상인들의 행렬이 지하철역부터 야구장까지 이어져, 외지인도 길을 헤맬 걱정이 없을 정도였다. 비록 그때 그 시절 부산 전역을 흔들던 인기는 다소 사그라들었지만, 매년 야구 시즌이 돌아오면 사직동은 부산에서 가장 뜨거운 동네가 된다.
동래구 사직동에 있는 야구장으로, ‘다이내믹 부산’을 가장 확실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사직야구장을 200% 즐기기 위해서는 경기 시작 전 잠시 시간을 내어 2층의 박물관에 들르는 것을 추천한다. 롯데 자이언츠의 역사와 함께 역대 간판선수들의 사진과 야구용품 등이 전시되어 있어, 야구 도시 부산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다.
사직야구장에서는 경기 중에도 즐길 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LED 조명을 이용한 라이팅 쇼와 클리닝 타임에 추억의 가요를 부르는 ‘사직노래방’은 오직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다. 끝으로, 경기의 여운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면 롯데자이언츠샵에 들러 기념품을 구매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