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facebook
share facebook
#
로컬맥주 전성시대
다양한 동네 맥주
맥주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dalseo_beer
gangseo_beer
seocho_beer
witale_beer
haeundaeale_beer
pyengchang_beer
seobinggo_beer
소위 ‘수제맥주’라 불리는 크래프트맥주 열풍이 한국에 상륙한 지도 수년이 흘렀다. 카스와 하이트 등 대기업 맥주 소수가 수십 년간 독과점해온 국내 맥주시장 모습은 그 몇 년 새 매우 달라졌다. 지난해 맥주시장의 트렌드 키워드는 ‘로컬맥주’였다. 유독 특정 동네 이름을 딴 맥주들이 업계를 활보했다. 작년 여름 대통령이 기업인 간담회 만찬주로 선택해 주목받은 ‘강서·달서맥주’를 필두로 ‘해운대맥주’, ‘평창맥주’ 등의 신제품이 잇따라 출시됐고, 5년의 준비 기간을 거친 ‘제주맥주’도 베일을 벗었다. 맥주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자 지역 대표 맥주라는 이미지로 호감을 삼과 동시에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신뢰성까지 높이는 방법을 선택한 것인데, 과연 영리한 전략이었다. 꽤 긴 시간 동안 세계맥주에 밀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던 국산맥주는 2017년, 로컬맥주의 선전에 힘입어 다시금 기지개를 켰다.
수년 만에 왕좌를 탈환한 국산맥주
강서·달서맥주는 ‘청와대 맥주 붐’이 일었던 2017년 7월, 홈플러스의 500mL 미만 국산 병맥주 판매순위에서 대기업 맥주를 제치고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해운대맥주도 세계맥주를 모두 포함한 캔맥주 판매 순위에서 10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평창·서빙고·동빙고맥주까지 매출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실제 수입맥주에 밀려 구성비가 50% 이하까지 떨어졌던 국산맥주는 로컬맥주 선전에 힘입어 지난해 상반기 매출 비중 55%를 기록하며 수입맥주를 제쳤다.
지역맥주 전성시대 연 홈플러스, 아이뉴스24, 2018.01.21
로컬맥주, 연고지 효과 톡톡히 보다
로컬맥주는 특히 해당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17년 7월 ‘해운대맥주’의 부산광역시 홈플러스 점포 판매량은 전국 평균보다 약 3.2배 높았다. CU에 따르면 강서맥주 역시 강서구 내 매출 비중이 25.5%로 가장 높았다. 달서맥주의 경우 대구 지역 점당 매출이 서울보다 무려 85.3% 높았는데, 그중 달서구가 32.2%로 가장 높은 매출을 담당했다.
‘지역맥주’도 이제 연고지 시대 맞나, 헤럴드경제, 2017.07.03.
‘대통령의 맥주’ 강서, 달서맥주 조물주는 따로 있었다, 헤럴드경제, 2017.08.21.
#
이름은 달서인데 고향은 강원도
seobinggo_beer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내걸며 유통 판을 시원하게 깔아준 홈플러스와 이마트, BGF리테일의 지원도 큰 역할을 했지만, 어쨌거나 지역색으로 무장한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제대로 ‘통’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발견된다. 로컬맥주라 불리는 맥주 상당수가 제품명 속 지역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실례로 강서·달서맥주는 강원도 횡성에서, 해운대·서빙고맥주는 충청북도 음성에서 생산된다.
무늬만 로컬맥주?
올여름 맥주시장을 강타한 로컬맥주가 때아닌 논란에 휩싸였다. 이름과 겉 포장에서만 해당 지역을 연상케 했을 뿐 생산은 전혀 다른 곳에서 해 ‘무늬만 로컬맥주’라는 지적이다.
평소 맥주를 즐겨 마시는 30대 직장인 A(33)씨는 “강서맥주는 당연히 강서구에서 만든 술이라 생각했다. 해운대맥주도 마찬가지로 해운대 지역의 물로 만든 맥주라 여겼다. 그 고장에서 생산한 맥주가 아닌데 왜 상관없는 지역의 이름을 넣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리 지역 맥주? 당신은 속았다, 일간스포츠, 2017.08.10.
물론 지명을 달고 있다고 해서 양조장 위치가 꼭 그 고장에 있을 필요는 없지만, ‘로컬맥주’란 타이틀이 어떤 방식이든 지역과 영향을 주고받는 일 없이 그저 판매 전략으로만 쓰이고 있는 점은 확실히 아쉽다. 지역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스토리까지 담아낸 ‘진짜’ 로컬맥주는 없는 걸까?
진짜 로컬맥주는 없는 걸까?
#
진짜가 나타났다, '연애延愛'의 발견
여기,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볼 순 없지만 동네 곳곳의 식당과 펍에서 만날 수 있는 로컬맥주를 발견했다. 대기업 후원 없이 역내에서 기획·생산·유통 전 단계가 이뤄지는 맥주이자 동네 장사하는 이웃들끼리 모여 만든 동네를 닮은 맥주, ‘연남에일’이다.
YEON-NAM ALE

연남에일은 구운 빵이나 비스킷, 견과류에서 느낄 법한 고소함과 적절한 단맛, 그리고 깔끔한 끝맛이 특징이다.

담백하고 부드러워 대부분의 음식과 무난하게 합이 맞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인 음식은 맥주 본연의 맛을 해치기 때문에 맥주 맛을 또렷이 즐기고 싶다면 아주 맵거나 짠 메뉴는 피하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은 빵. 버터를 얇게 펴 바른 바게트나 짭조름한 프레첼을 곁들이면 연남에일의 고소함을 배로 느낄 수 있다.

background image
"그래서 연남에일이 뭔데?"
라고 다시 묻는다면 소상히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연남에일은 연남동 장사꾼 중 터줏대감 축에 드는 작은 브루펍 ‘크래프트원’이 만든 동네 맥주다. 줄여서 ‘연애’라고도 부른다. 연남의 앞글자를 딴 이을 연延사랑 애愛. 부러 재치 있는 말장난처럼 만들었다. ‘연애를 하려면 이 맥주부터 마셔야 한다’며 연거푸 잔을 들이켜는 손님도 적지 않다지만 아무튼, 본디 참뜻은 연남동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다. 배고픈 예술가를 보듬던 피난처이자, 뜻하는 바를 이루려는 여러 사람이 모여 만들던 초창기의 연남동을 기억하며 헌정하는 맥주이기 때문이다.
background image
'동네' 생각하는 '동네맥주'
#
연남동 맥주 만들기 프로젝트
연남에일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점은 2015년. 정현철 대표가 크래프트원을 열고 연남동에서 자리 잡은 지 3년 차 되던 해였다. 지역에 들어와 장사하며 먹고 사는 것은 지역 사회가 품어주기에 가능하단 생각에서 출발한 동네 맥주 만들기 프로젝트는 자체 양조장 ‘브루원’ 설립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곧 동네에서 함께 장사하는 이웃 몇이 그와 손을 잡았다.

기획을 시작한 건 정 대표 쪽이지만, 맥주 스타일과 맛, 콘셉트를 다지는 단계에서는 모두가 머리를 맞댔다. 우선 동네 맥주인 만큼 지역색을 전반에 녹이고자 했다. ‘수수한 듯 뚜렷한 개성을 가진, 조용하지만 결코 심심하지 않은’ 연남동을 이야기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후 테스트 배치 맥주를 함께 마시며 피드백을 맛에 반영했다. 튀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질 좋은 재료에서 끌어낸 풍미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맥주, 연남에일은 그렇게 탄생했다.
단골 웹툰 작가가 그림으로 담아낸 연남
라벨 디자인은 웹툰 <상상고양이>를 그린 김경 작가의 참여로 완성됐다. 맥주를 마시러 종종 펍에 들르던 작가는 우연히 듣게 된 연남에일의 취지에 공감했고, 아기자기한 골목길과 골목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고양이를 통해 연남동의 소박하고 따뜻한 느낌을 시각화했다. 그의 독특한 라벨 디자인은 연남에일의 이야기와 맥주 자체가 알려지는 데 한몫 단단히 했다.
김경 작가 블로그 : https://blog.naver.com/yuki4444/220470465141
연남에일 프로젝트를 이끈
동네 상인 3인
*연남에일 프로젝트에 참여한 동네 상인 3인의 인터뷰 내용을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다.
현장 인터뷰가 아닌 기사 인용의 경우 출처를 달았다.
빠레트 김일수 대표
크래프트원 정현철 대표
툭툭누들타이 임동혁 대표
"애정하는 지역에서 크래프트맥주 정신을 시도하고자"
대기업도 아니고, 자본이 넉넉지 않은 우리가 골목상권에서 살아남으려면 차별화된 매력을 가져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지역에 기반을 둔 맥주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크래프트맥주 정신이기도 하고, 동네에 애정이 생기면 그런 생각이 자연스레 들게 마련이잖아요. 독립적인 양조장을 차리게 되면서 연남동을 담은 맥주를 첫 맥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먼저 평소 친분이 있는 가게 몇몇을 골랐어요. ‘툭툭누들타이’와 ‘규자카야 모토’, ‘빠레트’ 세 곳이었죠. 동네 대표 맥주를 만들고 싶은데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어요.
quoted from
‘장사의 신’ 연남동 뒷골목 살린 청년장사꾼 ‘툭툭누들타이’ 임동혁 대표
국제신문, 2017.06.23
#
Community Supporting Brewery
오직 연남을 위한 맥주
연남에일 수익금 기부 현황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서울시 25개 자치구가 협력해
어려운 이웃이 따뜻하게 겨울을 나도록 돕는 사업
이들이 동네 맥주를 기획하며 방점을 둔 게 하나 더 있다. 맥주로 얻은 이익을 연남동이라는 커뮤니티에 돌려주는 구조, 그러니까 ‘환원과 상생’이다. 이는 크래프트맥주 본고장인 미국이 중요시하는 ‘지역성’에서 착안했다. 오래전부터 스스로 지역 커뮤니티와 밀착하고 실질적인 상생 구조를 구축해온 미국 로컬맥주를 본보기 삼아 연남에일도 2016년 말부터 수익금 일부를 지역에 기부하고 있다. 떠오르는 상권으로 조명받은 연남동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며 내심 어깨가 무거웠던 것도 하나의 이유다. 변두리 동네의 조용하던 뒷골목을 복작거리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미안함과, 함께 성장해온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인 것. 주민센터를 통해 전달된 기부금은 형편상 치료를 받기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소중하게 쓰인다.
미국 크래프트맥주의 Key, 지역성(Local)
미국은 곳곳에 지역을 대표하는 소규모 맥주 양조장이 존재한다. 이들은 지역 농장에서 맥주 원료를 사고, 양조 후 남은 곡물 찌꺼기는 가축 먹이용으로 농장에 다시 돌려준다. 더불어 수익 중 일부를 지역에 기부하고 맥주 로고에도 지역성을 살려낸다. 주민들 역시 ‘Support Your Brewery’라는 캠페인 아래 지역 맥주를 소비하며 양조장을 응원한다. 실제 대다수 브루펍이나 탭하우스에는 자전거 타고 마실 나왔다가 맥주 한잔하고 돌아가는 단골 주민이 많으며, 이들은 직원들과도 자연스레 안부를 묻고 대화한다. 직원과 손님이라는 단편적인 비즈니스 관계라기보다 말 그대로 ‘이웃’인 것. 미국 크래프트맥주가 지금처럼 견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역 커뮤니티의 끈끈함이 있다.
'크래프트 맥주' 마시기 전 알아야 할 몇 가지, 오마이뉴스, 2015.07.08
#
동네맥주브랜드화를 이루다
맥주를 구상할 때부터 마니아보다는 동네 주민을 포함한 일반 대중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는데, 역시나 반응이 좋았다. 연남에일의 독특한 콘셉트와 스토리, 맛에 대한 호평이 알려지자 곧 여러 곳에서 요청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맥주가 외부인을 동네로 유인하는 특산품이 되도록 연남동 내에서만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더 많은 맥주가 소비될수록 지역사회에 환원될 금액도 늘어날 것이라는 데 동감한 업주들은 외부 유통을 결정했다. 그 덕에 지난해부터 연남동 외 서울 곳곳에서 연남에일을 마실 수 있게 됐다.

그저 맛있는 맥주 한 잔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로컬맥주가 머금은 이야기는 그 맛만큼이나 깊다. 앞으로 연남에일을 발견하게 된다면 지난날 연남동이 가졌을 정취를 잠시라도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produced by
이용현 장인주 정다솜 정슬찬
우리 모두 연애(延愛)하는 마음으로
<아는동네> 매거진 Vol.1

아는연남 매거진은 연남동을 대표하는 열아홉 개의 키워드를 통해

익숙했던 동네의 새롭고 다양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