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동네 콜렉션
Cover Story
JEJU
여기에만 잇(eat)수다

아는동네 콜렉션의 첫걸음에 동행할 파트너를 오래 고민했습니다. 동네, 그리고 지역과 조우하는 다양한 방법을 보여주고자 하는 아는동네의 가치를 함께 고민하고 나눌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어느 봄의 문턱에 제주에서 만났던 책, 리얼제주매거진 <iiin>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나는 지금 섬에 있다(I'm in island now)’라는 영어 문장의 첫 글자들로부터 이름을 따온 iiin은 제주라는 섬의 사계절을 관찰하고 그곳의 라이프스타일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매거진입니다. 제주에서 쭉 살아온 토박이와 제주에 새로이 정착하고자 하는 이, 그리고 제주를 사랑해 잠시 머무는 이들, 그러니까 ‘섬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즐길 수 있는 제주 이야기들을 전하지요. 가볍거나 얕은 소재를 다룬다는 뜻은 아닙니다. iiin은 제주의 자연과 역사, 인문학적 요소, 섬 살이 이야기를 아울러 여러 방식으로 소개합니다.

그래서 이번 아는동네 콜렉션은 iiin과 함께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다룰 주제는 ‘음식’입니다. 우선 제주의 음식이 육지와 사뭇 다르기 때문입니다. 섬의 토양과 기후의 특성에서 비롯된 차이는 시간이 켜켜이 쌓이는 동안 제주만의 특별한 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더구나 ‘먹는 일’은 지역 생활사와 무엇보다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수년 동안 제주 곳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보고 듣고 먹어온 iiin과 함께라면, 식도락 이야기를 심도 있으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유채며 마농지를 손맛으로 조물조물 무쳐낸 할망의 집밥과 섬사람들의 든든한 소울푸드 고기국수, 제주 음식사(史)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돼지, 로컬 식재료로 구운 케이크와 바다를 닮은 음료, 제주의 청정한 물맛이 낳은 술까지. 그야말로 제주에만 있는 '특벨헌 맛'을 총망라해 한 상 꾸려봤습니다. 여기서 가리키는 특벨헌 맛이란 제주의 음식 맛이기도 하지만, 촘촘한 이야기를 읽는 맛이기도 합니다.

자, 이제 아는 동네와 iiin이 함께 차려낸 소박하지만 풍요로운 식탁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어서 오시고,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