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서울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 중 하나인 송파구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강남의 일부로 인정받지 못했다. 한강 개발 사업 이전의 잠실은 강북에 가까웠던 데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던 강남구와 서초구 등에 비해 발전이 더뎠기 때문이다. 그런 송파구가 ‘강남 3구’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바로 19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
좌: 88올림픽 공식포스터 ⓒ 조영제 / 우: 1986년에 촬영한 아시아선수촌아파트 ⓒ 서울특별시
1981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국내 유치가 확정되자, 두 대회를 염두에 두고 종합운동장을 건설 중이던 잠실은 변화의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올림픽대로가 만들어지고, 공원과 상업 시설이 개발되면서 잠실은 하루가 다르게 도심의 모습을 갖춰갔다. 주거지로서 잠실의 발전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단연 아시아선수촌아파트였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위해 지어지고, 이후 일반인에게 분양된 이 아파트는 혁신적인 건축 구조와 생활 양식을 제시하며 한국 아파트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머지않아 한층 보완된 올림픽선수촌아파트까지 들어서면서 잠실 일대는 명실상부한 부촌으로 자리 잡았다. 결국 송파구는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강동구에서 분리되어 독자적인 구를 이루었고, 이듬해 롯데월드가 개장하며 ‘강남의 잠실’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굳혔다.
올림픽으로 인해 한강 개발과 아파트 단지 건설, 교통 개편 등을 짧은 시간 안에 겪어내며 급격한 발전을 이룬 송파구. 어쩌면 이곳이야말로 강남의 역사를 가장 선명히 드러내는 동네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