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한강이 호수에 가깝다면, 과거의 한강은 바다에 가까웠다. 과거에는 강변에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었고, 시민들은 이곳에서 물놀이를 즐기며 휴가를 보냈다. 그러나 이토록 많던 모래알들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모두 사라지게 된다. 바로 잠실 한강공원 옆으로 이어진 잠실 수중보가 설치되기 시작하면서이다.
한강 모래 채취 현장 ⓒ 서울특별시
수중보는 하천에 설치해 물을 가둬 하천의 수위를 일정하게 하는 구조물이다. 잠실 수중보는 88서울올림픽 이전에 한강의 수위를 일정하게 하고, 그 위에 유람선을 띄우기 위해 설치되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강변과 하천 아래에 깔린 모래를 퍼내기 시작했다. 한강의 수심을 깊게 하는 동시에 채굴한 모래를 팔아 수중보 설치를 비롯한 한강 개발의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파낸 모래를 강남에 급속도로 지어지던 아파트 건설 현장 등에 팔았는데, 그때 얻은 수익이 1,962억 원이다. 이를 보면 그 모래 양만 해도 엄청났을 거라 예상할 수 있다.
모래가 사라진 한강변에는 콘크리트로 제방이 쌓였고, 이는 한강공원이 된다. 1970년대만 해도 모래사장이었던 잠실 한강공원 쪽 부지도 온전히 공원의 모습을 갖췄다. 즉, 잠실 한강공원을 비롯한 한강 개발도, 아파트 개발도 한강의 모래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