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더없이 편리한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의 삶은 점점 뒷전으로 밀려났고, 이것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서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현재 강남에는 야생 너구리가 사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 남부를 길게 가로질러 흐르는 양재천이다.
복원 후 양재천 ⓒ환경 정의
양재천은 원래 한강으로 이어지던 하천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 진행된 한강 개발사업은 양재천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꾸어 탄천으로 유입시켰다. 이후 강남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주변 건물에서 나온 폐수가 고스란히 흘러들어왔고, 머지않아 양재천은 물고기 한 마리 살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되었다. 물가를 뒤덮은 악취와 쓰레기, 그리고 불량배가 출몰한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더해져 ‘죽음의 하천’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리하여 오염이 극에 달한 1995년, 양재천을 되살리기 위한 ‘자연형 하천 복원 사업’이 시작되었다. 도로 밑에 하수관을 설치해 폐수가 양재천에 유입되는 것을 막는 한편, 물가에 갈대와 갯버들을 심어 하천이 스스로 정화될 수 있도록 했다. 몇 년간의 노력 끝에 양재천은 너구리와 두꺼비를 비롯해 40여 종의 새와 20여 종의 물고기가 살아가는 터전으로 거듭났다. 사람에게도 도심 속에서 깨끗한 공기와 풀 내음을 만끽할 수 있는 휴식처가 되어준 것은 물론이다.
골칫거리였던 강을 메우는 대신 되살리는 방법을 택한 덕분에, 20년이 흐른 지금도 양재천은 도시민들의 일상을 초록빛으로 물들이고 있다.